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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다 부딪쳤는데 2주 진단?
[오마이뉴스 2004-09-10 18:14]
[오마이뉴스 박승일 기자]"형, 나 어떡하지. 큰일 났어."
후배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사실 오전에도 전화가 두 차례나 왔었지만 회의 중이라 받지를 못했기에 더욱 불안했다.
"뭔데 그래? 숨넘어가겠다. 천천히 말해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배가 말했다.
"오늘 오전에 학교 가려고 차를 타고 나오다가 교통사고를 냈어요."
순간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 얼마나 큰 사고야? 상대방이 많이 다치기라도 한거야?"
"아니 솔직히 앞차가 신호 대기 중에 정지해 있었고 나도 뒤에 정지를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옆에 있던 친구랑 장난을 치다 브레이크 페달을 순간 떼었나 봐요. 그래서 서서히 진행을 해서 앞차의 뒤를 받았어요. 그것도 1톤 화물차였는데……."
어이가 없었다.
"야, 이 녀석아 그걸 가지고 뭘 그렇게 놀라? 그냥 그럼 화해하고 가면 되지."
"당연히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했죠. 더군다나 화물차 뒤를 받았는데…. 상대 차에 아무 자국도 없고 물론 제 차도 그렇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됐지 뭐가 문젠데?"
"그런데 3시간 뒤쯤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자기 지금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니까. 병원으로 오든지 말든지 하라고요."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교통사고 꾀병 환자 많다는 얘기가 오늘의 얘기만은 아니었다. 지난 2001년 2월 전주지법에서는 교통사고 결과에 대해 '의사의 상해진단서가 몸이 아프다는 피해자의 말만 믿고 발급된 데다 사고 크기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 뒤로도 그와 유사한 법원 판결은 줄을 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가벼운 교통사고를 빌미로 거액을 뜯어내려 한 꾀병환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당시 판결문에는 '피고가 차량을 우회전하다 도로변에 있던 원고의 차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의 차량 속도가 시속 10킬로미터인데다 원고 차량의 피해 정도도 페인트가 살짝 묻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후배에게 그런 얘기를 조목조목 해주었다. 그리고 사고가 난 해당 경찰서에 교통사고 신고를 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30여 분 뒤 후배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형,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보험 처리하기로 했어요. 피해자가 병원 가서 진단서를 발급 받았는데 2주 나왔다고 전화까지 왔어요."
순간 화가 났다.
"야, 네가 내 자동차 보험료까지 인상 시키냐? 결국 그게 너의 보험료 인상만 시키는 게 아니라 선량한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원인이 되는 거 몰라? 경찰서 가서 조사 받는 거 어려운 게 아니야."
후배도 내 말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학생 신분이고 또 집에서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게 얘기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녀석은 큰 결단을 내렸다.
"형,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경찰서로 가야 하나요?"
"아니, 먼저 그 상대 피해자에게 공손하게 전화를 해줘. 물론 네가 잘못은 했지만 그 사고가 그렇게 큰 사고도 아니었는데 보험처리를 하느니 경찰서에 사고 처리를 부탁드리자고 말이야."
그리고 몇 시간 뒤 전화가 왔다.
"형, 상대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도 가까운 곳으로 가고 경찰서에 사고 처리도 하자고 했더니 '지금은 몸이 좀 괜찮으니 나중에 전화를 하겠다'며 끊어버렸는데요?"
"다행이네. 그래도 사고의 발단은 너한테 있으니 정중하게 찾아뵙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이틀 뒤 후배는 상대 피해자와 화해를 했다고 한다. 물론 사소한 접촉사고라 해도 피해자 측에서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 분들까지 오해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 보험회사나 병원이 조금은 엄격하게 일을 처리해 줬으면 한다.
교통사고를 빌미로 터무니없는 액수의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꾀병 환자'는 피해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지나치게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 가해자들이 상대방이 무리하게 합의금을 요구하더라도 응할 수밖에 없던 불합리한 관행은 이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는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피해자들이 붕대를 싸매고 병원에 입원해 앓는 듯이 엄살을 부리며 '한건'잡았다는 식의 전문(?)적인 꾀병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큰코다칠 수 있다.
가해자들도 보험회사에서 적법하게 사고처리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손해보험회사들의 재정 악화라는 극단적인 일도 막을 뿐 아니라 운전자 자신의 권리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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